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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농어촌 지키는 공보의 인력 붕괴... "수당만 올려선 해결 안 돼"
전남 여수에는 '바다 위 병원'이 있다. 여수, 고흥, 보성, 강진, 완도 등 전남 지역 5개 시·군의 77개 마을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병원선이다. 병원선은 전남광주 2척을 비롯해 충남·경남·인천 등 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모두 5척이 운영되고 있으며, 병원선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은 모두 의과 공중보건의(이하 공보의)다. 섬이나,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의 필수 인력인 공보의가 몇 년새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024년 2월 시작된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 공백이 커졌지만, 그 이면에는 더 깊은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2026년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제43차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를 앞두고, 박재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을 서면으로 만났다. 현재 전남 511호에서 복무 중인 박 회장은 "젊은 의사들이 공보의를 기피하고 있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며 "복무기간 단축을 중심으로 전문성과 책임에 부합하는 보수체계와 법적 보호, 교육·자문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남 511호 병원선에서 공중보건의사로 복무하고 있습니다. 병원선에서는 비연륙도(非聯陸島) 주민을 대상으로 순회 진료를 시행합니다. 일반 진료와 만성질환 관리 등 도서지역 주민들의 기본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관 접근성이 낮은 섬 지역에서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주요 업무입니다.
1월부터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국 공중보건의사들의 복무환경 개선과 권익 보호, 지역보건의료 현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국회, 의료계 등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2020년 724명이었던 신규 의과 공보의가 지난해 247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반면, 현역병 입대는 같은 시기 1222명에서 2895로 폭증했고요.
공중보건의사 제도에 대한 지역사회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는데 반해, 제도를 유지할 신규 인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 1275개 보건지소 가운데 459개의 경우, 반경 4㎞ 이내 민간 의료기관이 하나도 없습니다. 공보의 수가 급감한 만큼, 450여개 읍면 지역에 의료 공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제는 공중보건의사를 어느 지역에 우선 배치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수준을 넘어 배치할 인력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을 우려해야 합니다.
공보의 인력 감소의 주된 원인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원인은 현역병에 비해 지나치게 긴 복무기간입니다. 육군 일반병의 복무 기간은 18개월이지만, 공보의와 군의관은 40년 이상 36개월 복무기간이 유지돼 왔습니다. 그 결과,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을 택하려는 의과대학생과 젊은 의사가 줄어들고, 되레 현역병을 선택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실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2025년 의과대학생 2,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공중보건의사 수급난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현역병 대비 긴 복무기간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제도에서는 의과대학생의 약 30%만이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복무를 고려하는 반면 약 60%는 현역병 복무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할 경우 의과대학생 응답자의 94.7%가 공중보건의사 복무를 희망했고, 92.2%는 군의관 복무를 희망한다고 답했습니다.
복무기간 단축이 단순한 처우 개선 요구가 아니라 인력 유입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임을 보여줍니다.
처우 개선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요?
현재 공중보건의사는 농어촌의료법상 임기제공무원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직무의 전문성과 책임에 부합하는 직급·등급 체계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도서지역과 지역 병원 응급실, 교정시설 등 의료공백이 큰 현장에서 독립적인 의학적 판단과 공중보건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제도상 지위와 보수 체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중보건의사의 신분을 전문임기제공무원으로 명확히 하고 군인 보수 체계가 아닌 전문임기제공무원 보수체계를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의료분쟁이나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법률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비연륙도나 지역 응급실처럼 단독 판단이 요구되는 현장에는 의사 간 원격 자문체계와 임상교육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6월, 정부가 지역의료 인력난 해소를 위해 공보의 처우 개선 운영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부가 공중보건의사의 처우 개선 필요성을 인지하고 운영지침을 개선하려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 지역의료 위기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여전히 업무활동장려금 하한액 수준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업무활동장려금 하한액을 높이거나 의료취약지와 비연륙도, 응급의료기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이 마련돼야 합니다.
초과근무수당 인상도 실제 현장에서 적용돼야 합니다. 비연륙도에서는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해 정규 근무시간 외에도 근무지역에 머물러야 하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대기시간을 초과근무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명확한 기준 아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것부터 복무기간 단축과 전문임기제공무원 신분 명확화, 전문성에 부합하는 보수체계, 법적 보호와 자문 체계 마련이 함께 추진돼야 합니다.
한편, 박재일 회장은 오는 12일, 대한의사협회가 개최하는 2026 제43차 종합학술대회에서 '공보의 제도의 위기와 개선 과제'를 주제로 지역보건의료의 현황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보의
군 복무 대신 36개월간 섬이나 농어촌 등 의료 취약 지역 보건소 등에 배치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국방부가 병역 대상자 중 군의관 등을 우선 선발한 뒤 남은 인원을 편입하는 식으로 선발한다. 한달 간 논산에서 훈련을 받고 근무지를 배정 받는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신규 공보의를 200명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에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간호사인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어촌의료법에 따라 이들은 도서·벽지 등 의료 취약 지역에서 응급 처치나 만성질환 관리 등 제한된 범위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 소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2026년 제43차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의사의 전문성으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의료: 인공지능(ai)과 초고령화 시대를 재설계하다」를 주제로 열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7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회원 간 학술 교류와 소통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