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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현장에서 문제를 찾다"... 내분비내과 전문의가 뇌과학 연구에 뛰어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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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해치는 줄 알면서도 고열량 음식을 끊임없이 찾게 만드는 식욕은 비만과 대사질환 관리의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진료실의 획일화된 가이드라인과 약물 처방만으로는 식욕을 근본적으로 조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진료실의 한계를 절감한 끝에, 질병의 근본 원인을 밝히기 위해 뇌과학 기초연구의 최전선으로 뛰어든 개척자가 있다. 수동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치료법을 만들어가는 의사과학자,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최형진 교수다.

최형진 교수는 오는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제43차 종합학술대회'에 참석해, 둘째 날인 11일 「진료 현장에서 문제를 찾다」를 주제로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학술대회 개최를 앞두고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심근경색으로 입원하고서도 몰래 숨어서 과자를 먹는 환자 등 다양한 사례를 보며, 해로운 줄 알면서도 참지 못하는 식욕이 가장 큰 문제라고 판단했다"며 진료실에서 느꼈던 갈증을 털어놓았다. 진료실의 한계를 넘어 기초의학 연구에 뛰어든 최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진료 현장에서 어떤 임상적 한계를 느끼셨길래, 진료실이 아닌 기초의학 연구자의 길을 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내분비내과 진료를 하면서, 특히 비만과 당뇨병 진료를 하면서, 큰 한계를 느꼈습니다. 환자분들의 근본적인 발병 원인에 대해 직접적으로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발병 원인이 있겠지만, 지난 50여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비만과 당뇨병은 급증하였습니다. 이런 급증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원인은 변화된 식생활 환경과 이로 인한 부적절한 과잉 음식 섭취라고 생각했습니다. 심근경색으로 입원하고서도 몰래 숨어서 과자를 먹는 환자 등 다양한 사례를 접하며, 해로운 줄 알면서도 참지 못하는 '식욕'이 가장 큰 문제라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질환의 근본 원인으로 '식욕'을 지목하셨습니다. 이후 진료를 넘어 기초연구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요?
해로운 식욕이 왜 발생하고 점점 심해지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연구나 치료법 개발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연구와 치료법을 개발하고, 더 나아가 어린 시절부터 해로운 식욕에 빠져들지 않도록 예방하여 사회 전반의 비만과 대사질환을 막는 연구에 도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처음 내분비내과를 시작했을 때에는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병행하다 보니 진료량이 너무 많아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2014년 말, 그동안의 진료 경험으로 확보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이후에는 연구에만 완전히 몰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임상 의사일 때와 비교해, '의사과학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요?
환자를 직접 치료하던 시절에는 제 앞의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보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 몰입한 이후에는, 환자분들에게서 발견했던 문제들의 생물학적 원인을 하나하나 직접 알아가는 보람이 가장 큽니다. 제가 연구하는 식욕, 음식 중독, 뇌과학 분야는 아직 기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입니다.

인류의 여러 과학자가 집단지성으로 모여 이 미지의 세계를 하나씩 개척해 가는 과정에 제가 주인공 중 한 명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관련 학회에 꾸준히 참석하고 다양한 연구를 발표하면서, 이제는 전 세계 과학자들과 같은 마음으로 질문을 나누는 큰 한 팀이 되었습니다. 또한, 저희 연구실에도 뛰어난 과학자들이 많아져 함께 토론하는 기쁨이 큽니다. 제가 인류에게 중요하다고 믿는 주제를 함께 탐구하고 토론하는 이 시간이 가장 즐겁습니다.

최근 비만 치료제 열풍으로 식욕 연구가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긴 시간을 묵묵히 연구해 오신 연구자로서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제가 처음 이 분야 연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식욕 연구가 인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 탓에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23년경 glp-1 약제가 혁신적인 비만 치료 결과와 사망 감소 효과를 입증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었습니다.

식욕 연구가 인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확실해지면서 최근 더욱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침 저희가 연구하던 glp-1의 식욕 조절 기전 연구가 2024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되면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또한 2023년부터 진행해 온 배고픔 및 식욕 관련 쥐와 원숭이 연구들도 하나의 연결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어, 한 우물을 깊게 파며 점점 깊어지는 희열을 느끼고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와 전자약까지 연구 영역을 넓히셨습니다. 미래 의료 현장에 설 후배들은 이러한 신기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요?
새로운 기술에 대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는 생각을 가져보길 권합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의료는 이러한 신기술이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분야입니다. 발전 흐름을 계속 관찰하다가 먼저 선도적으로 적용하고, 이 분야를 리드하는 소수가 되기를 바랍니다.

의료인으로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면, 신기술이 의료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직접 전공 수업을 들으며 기술을 깊이 공부하지 않더라도, 기술 개발자들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으면 됩니다. 이러한 흐름을 읽기 위해 세미나나 학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랍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인턴 등으로 연구 개발에 가볍게라도 참여하는 시간을 내어보셨으면 합니다.

이번 종합학술대회에서 '진료 현장에서 문제를 찾다'를 주제로 강연을 앞두고 계십니다. 동료 의료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진료실에서 느꼈던 갈증과 한계를 어떻게 연구의 동력으로 바꿀 수 있는지 공유하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심근경색 환자가 입원 중에도 과자를 찾는 것처럼,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해로운 줄 알면서도 참지 못하는 식욕' 같은 사례들은 임상의에게는 큰 고민거리입니다.

저는 이런 현장의 문제들이 단순한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뇌과학을 통해 밝혀내야 할 생물학적 기전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 동료 의사분들께도 진료 현장의 답답함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며, 그것이 곧 의학 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연구 질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의사과학자의 길을 먼저 개척한 선배로서,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 의학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자신이 연구를 가장 즐거워하는 사람인지, 창업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수술이나 분만처럼 환자를 직접 살리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인지 스스로 알아가는 '자기 성찰'이 가장 중요합니다.

본인이 연구로 길을 개척하고 싶은지 알고 싶다면, 직접 연구실을 찾아가 경험해 보시길 적극 권장합니다. 상상했던 것과 실제 경험은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연구 현장에서 자신의 가슴이 뛰는지 꼭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즐거움을 느낀다면 과감하게 도전하십시오.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도전한다면, 본인이 기여할 수 있고 가슴 뛰는 분야를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의료계에는 임상 현장의 한계를 돌파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의사과학자가 부족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도전하세요.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 소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2026년 제43차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의사의 전문성으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의료: 인공지능(ai)과 초고령화 시대를 재설계하다」를 주제로 열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7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회원 간 학술 교류와 소통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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