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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환자, 물 많이 마셔도 될까... 전문의가 알려주는 수분 섭취 원칙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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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났지만 낮 기온은 여전히 높아 땀 흘리는 날이 이어진다. 이런 날씨일수록 가장 기본이 되는 건강 습관은 '수분 보충'이지만, 사실 물은 계절과 상관없이 늘 중요하다. 몸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물은 혈액 순환과 체온 조절, 노폐물 배출에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수분 섭취 권장량은 음식과 음료를 합한 총량 기준으로 성별·연령마다 다르며, 실제 물·음료로 채워야 할 양은 대략 0.9~1.2l다. 그럼에도 이 기준조차 못 채우는 사람이 많고, 맹물 대신 이온음료나 전해질 음료로 대신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고혈압 환자에게는 이런 습관이 위험할 수 있다. 땀을 흘렸다고 이온음료를 습관적으로 마시거나 반대로 맹물만 지나치게 마시면 혈중 나트륨 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에 따른 합병증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내과 전문의 이완구 원장(맑은샘내과의원)과 함께 고혈압 환자를 위한 올바른 수분 섭취법을 알아봤다.

"하루 물 2l,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 아냐"... 본인 상태에 맞게 섭취해야
최근 '하루 2l 물 마시기'가 건강관리의 상식처럼 퍼지면서 무턱대고 많은 수분을 섭취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필요한 수분량은 체격과 식사량, 활동량, 기온과 습도, 신장·심장 기능에 따라 달라져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국이나 찌개, 과일, 커피처럼 음식에 포함된 수분도 하루 섭취량에 포함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완구 원장은 "심장과 신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은 물을 일시적으로 많이 마셔도 소변 배출이 늘어 체액량이 자연스럽게 조절된다"며 "일반적인 본태성 고혈압 환자가 물을 조금 많이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지속적인 혈압 상승이 나타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짧은 시간에 필요량을 크게 초과해 마시면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희석돼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수 있는데, ▲고령자 ▲만성콩팥병 ▲심부전 ▲간경변 환자 ▲이뇨제 복용자는 특히 위험이 크다. 이 원장은 "하루 2l를 억지로 채우기보다 갈증과 소변량, 활동량, 기저질환에 맞춰 나눠 마시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부종인가 위험 신호인가... 갑자기 체중 늘면 병원 찾아야
물을 많이 마신 뒤 오히려 붓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를 대수롭지 않은 일시적 증상으로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3일 사이 체중이 2kg가량 갑자기 늘었거나, 발목·종아리가 지속적으로 부어 눌렀을 때, 자국이 오래 남는다면 단순 부기가 아닌 체액 저류를 의심해야 한다. 계단을 오를 때 전보다 숨이 차는 증상, 누우면 숨이 차서 베개를 여러 개 받쳐야 하는 상황, 밤중에 숨이 차서 깨는 일이 동반된다면 심부전이나 폐울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물을 많이 마신 뒤 두통, 구역, 혼동, 비틀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저나트륨혈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때 경련이나 의식 저하가 동반되면 응급상황에 해당한다. 이완구 원장은 "매일 아침 배뇨 후 같은 조건에서 체중을 재고 혈압·부종·호흡곤란 여부를 함께 기록하는 것이 가장 실용적"이라며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나 호흡곤란이 있다면 스스로 물이나 이뇨제 용량을 조절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뇨제 복용자, 물 대신 이온음료 섭취 괜찮을까
고혈압 약제 중 이뇨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잦은 소변과 입마름을 함께 겪으며 오히려 물을 과음하는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이완구 원장은 "이뇨제 복용 환자의 입마름이 반드시 탈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강건조증, 짠 음식, 카페인, 항히스타민제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갈증이 날 때는 한꺼번에 마시기보다 100~200ml씩 나누어 마시고, 얼음조각을 천천히 녹이거나 무설탕 껌으로 침 분비를 촉진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이온음료 섭취에도 신중해야 한다. 이 원장에 따르면 이온음료에는 나트륨과 당분이 들어 있어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필요한 음료가 아니다. 단순히 더운 날 외출했다는 이유만으로 물 대신 습관적으로 마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변이 잦다고 이뇨제를 임의로 중단하는 것도 혈압이나 심부전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국물·카페인 줄이고, 자기 전 수분 섭취 조절해야
한국인의 식습관도 변수다. 국과 찌개는 수분을 공급하지만 동시에 많은 나트륨을 섭취하게 해 갈증을 늘리고 체내 수분 저류를 촉진할 수 있다. 이완구 원장은 "국이나 찌개는 건더기 위주로 먹고 국물 섭취를 줄이며, 김치·젓갈·가공육·라면 섭취 빈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혈관을 수축시키고 가벼운 이뇨 작용을 일으킬 수 있지만, 평소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적당량을 마신다고 해서 심한 탈수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완구 원장은 "야간뇨와 아침 혈압 상승에 대해 '야간뇨가 아침 혈압 상승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하루 수분을 오전과 낮에 충분히 섭취하고, 저녁에는 국물·과일·맥주·차·커피처럼 수분이 많은 음식과 음료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뇨제는 가능하면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복용하는 것이 야간뇨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복용 시간 변경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운동 후엔 나눠 마시기... "찬물 급히 마셔도 큰 문제 없어"
등산이나 유산소 운동 직후 찬물을 급히 마시면 혈압이 크게 흔들린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완구 원장은 "운동 직후 찬물을 마시면 미주신경 반사로 위험한 혈압 변동이 생긴다는 주장은 보편적인 임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고강도 운동을 갑자기 멈추면 다리에 혈액이 고여 운동 후 저혈압과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어, 운동을 마친 뒤 바로 주저앉기보다 5~10분간 천천히 걷는 마무리 운동이 중요하다.

수분은 운동이 끝날 때까지 참았다가 한꺼번에 마시기보다 운동 전·중·후로 나눠 마시는 것이 좋다. 운동 중에는 갈증과 땀 배출량을 기준으로 15~20분 간격으로 소량씩, 운동 직후에는 100~200ml 정도를 천천히 마신 뒤 갈증과 위장 상태를 보며 추가로 마시는 방식이 안전하다. 이 원장은 "운동 전후 체중을 비교하면 가장 정확하게 개인별 수분 섭취량을 가늠할 수 있다"며 "운동 후 체중이 늘었다면 필요 이상으로 마셨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고혈압 환자 수분 섭취 수칙 5가지

1. 하루 2l 섭취에 집착하지 않기
: 음식과 음료에 포함된 수분을 고려해, 갈증과 활동량에 맞춰 150~200ml씩 나눠 마신다.

2. 평소엔 물, 이온음료는 예외적으로 마시기
: 장시간 고강도 운동이나 땀을 많이 흘렸을 때만 고려하고, 평소에는 물로 갈증을 해소한다.

3. 매일 아침 체중·혈압 기록하기
: 같은 조건에서 체중과 혈압을 재면 체액 과다와 탈수를 조기에 감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4. 저녁엔 국물·카페인·알코올 줄이기
: 야간뇨와 수면 방해를 막으려면 취침 2~3시간 전부터 소량만 섭취한다.

5. 고위험군은 전문의 처방 따르기
: 심부전, 만성콩팥병, 간경변, 저나트륨혈증 병력이 있다면 혈액 검사와 약물 상태에 맞춘 개별 처방을 우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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