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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투석, 힘들다고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어"... 건체중·수분·인 관리가 생존율 가른다
혈액투석은 손상된 신장 기능을 대신해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돕는 치료이지만, 치료 원칙과 환자가 체감하는 불편함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건체중 조절과 수분 섭취 제한, 투석 시간, 인 수치 관리를 둘러싸고 환자와 의료진의 입장이 부딪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내과 전문의 이지영 원장(친절한내과의원)은 "건체중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심부전·폐부종 예방과 장기 생존율 향상을 위한 치료 목표"라고 설명한다. 이 원장에게 혈액투석 환자들이 진료 현장에서 가장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해 물었다.
*'건체중'(dry weight)이란, 혈액투석 후 체내 과잉 수분이 제거된 후의 이상적인 투석 목표 체중을 의미한다. 혈압이 떨어지지 않고, 근육경련이 일어나지 않으며 부종 등 불필요한 수분이 거의 모두 제거된 체중이다.
투석 후 너무 힘들고 혈압도 떨어지는데, 건체중을 왜 올려주지 않나요?
건체중은 환자의 편의만을 위한 숫자가 아니라 심부전과 폐부종을 예방하고 장기적인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치료 목표입니다. 투석 후 어지럼증이나 피로감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건체중을 올리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건체중 증가를 요청하는 환자 상당수는 다리 부종, 폐부종, 흉수, 복수, 심부전 악화에 따른 호흡곤란 등 체내 수분 과다 상태를 보입니다. 이 상태에서 건체중을 올리면 이후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건체중을 올리면 실제로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건체중을 올리면 단기적으로는 투석 후 전신 위약감, 혈압 저하, 근육 경련 등의 증상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과도한 수분이 축적돼 심장에 부담을 주고 심부전, 심혈관 합병증,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건체중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나요?
건체중은 환자분의 증상만으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혈압 변화, 부종 여부, 흉부 x선(심장비대·폐부종 소견), 심장초음파(심장 기능·심낭삼출), 체성분 분석기(체수분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합니다. 투석 후 저혈압, 어지러움, 피로감이 반복된다면 건체중을 올리기 전에 수분 섭취 조절, 염분 제한, 적절한 영양 관리를 먼저 시도해야 합니다. 건체중 조절의 목표는 환자가 편안하게 투석을 받는 것뿐 아니라 심장과 혈관을 보호하여 장기적인 생존율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먹는 게 거의 없는데도 투석 사이 체중이 계속 늘어난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투석 사이 체중 증가량은 환자의 생존율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 가이드라인에서는 초과수분 제거속도를 시간당 13 ml/kg/hr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체중 60kg 환자가 4시간 투석을 할 경우, 안전하게 제거 가능한 수분량은 60×13×4=(약)3.1l 정도입니다. 투석 전에 체중이 약 5kg 늘었다면, 투석 과정에서 약 5l의 수분을 제거해야 합니다. 이 경우 한 번에 많은 양의 수분을 빼야 하기 때문에 투석 중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근육 경련, 손발 저림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심장에 부담이 되어 심근허혈,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상태가 반복되면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권장 투석 간 체중 증가량은 체중의 4% 이하로, 60kg 환자의 경우 2~2.5kg 이하입니다. 따라서 약을 복용할 때 필요한 물을 제외하면 추가적인 수분 섭취는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수분 섭취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줄이면 좋을까요?
효과적인 수분 제한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생활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 국이나 찌개는 국물을 남기고 건더기 위주로 섭취합니다.
▷ 물이 마시고 싶을 때는 얼음 조각을 천천히 녹여 먹는 방법을 활용합니다.
▷ 물을 마실 때는 큰 컵보다 작은 컵을 사용하여 섭취량을 줄입니다.
▷ 하루 소금 섭취량은 5g 이하(나트륨 2g 이하)로 제한하는 저염식이를 실천합니다.
▷ 짠 음식은 갈증을 유발하여 수분 섭취를 증가시키므로 가급적 피합니다.
▷ 갈증이 심할 경우 양치질을 하거나 입을 헹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레몬이나 식초 등 신맛을 활용하면 침 분비가 증가하여 갈증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수분 제한은 단순히 체중 증가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폐부종, 심부전, 고혈압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고 안전한 투석 치료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치료의 일부입니다.
직장 때문에 투석 시간을 줄이고 싶은데, 투석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치료인가요?
투석은 단순히 물만 빼는 치료가 아닙니다. 몸속에 쌓인 요소(urea), 요독 물질, 칼륨 등을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현재 혈액투석 진료지침에서는 투석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평가하기 위해 투석적절도(kt/v)와 요소제거율(urr, urea reduction ratio)이라는 지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kt/v를 1.2 이상, 요소제거율(urr)은 65% 이상 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투석 전 몸속에 쌓여 있던 노폐물의 최소 65% 이상은 투석을 통해 제거되어야 충분한 투석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합니다.
그럼 투석 시간을 꼭 채워야 하나요? 시간을 줄이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투석 시간을 임의로 줄이거나 중간에 종료할 경우 몸속 노폐물이 충분히 제거되지 못해 피로감, 식욕부진, 가려움증, 수면장애 등의 요독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고칼륨혈증 및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높아집니다 장기적으로는 입원율과 사망률 증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주 3회, 회당 4시간 투석을 시행해야 목표 수치에 도달합니다. 4시간은 병원 편의가 아닌 환자 생존율을 위한 최소 기준입니다.
인 조절 약도 잘 챙겨 먹는데 왜 계속 인 수치가 높다고 하나요?
투석 환자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식이조절 중 하나가 인 제한 식이입니다. 혈중 인이 높아지면 부갑상선호르몬(pth)이 상승하면서 뼈가 약해지고 혈관 석회화가 진행되면서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올라갑니다. 혈청 인 목표치는 정상 범위인 2.5~4.5 mg/dl에 가깝게 유지하며, 부갑상선호르몬은 300 pg/ml 이하로 조절할 것을 권고합니다. 약 복용만큼이나 식사를 통한 인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식까지 제한해야 하는 이유와 실제 관리 방법이 궁금합니다.
인 수치 조절을 위한 하루 인 섭취 권고량은 800~1,000mg입니다. 콜라, 탄산음료, 가공육, 햄, 소시지, 치즈, 인스턴트식품, 견과류는 피하는 것이 좋으며, 흰쌀밥, 달걀 흰자, 생선, 닭가슴살, 두부 등의 섭취가 권장됩니다. 또한 인약은 반드시 식사 시작 직전 또는 식사 중에 복용해야 합니다. 식후 1시간 뒤에 먹는 경우 효과가 크게 감소합니다.
마지막으로 혈액투석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혈액투석은 손상된 신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가 아니라, 신장이 수행해야 할 기능의 일부를 대신하여 환자분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입니다. 의료진이 건체중 조절, 수분 제한, 인 조절, 투석 시간 유지 등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이유도 환자분들을 힘들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투석 생활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투석은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만들어가는 치료입니다. 환자분들께서도 수분과 식이 조절, 규칙적인 투석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다면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을 낮추고 보다 좋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