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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만 보면 놓친다"... 당뇨병 환자, 심부전 위험 높이는 '이 수치' 함께 살펴야
흔히 당뇨병이라고 하면 혈당 조절만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당뇨병이 혈당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제 학술지 'jacc: 심부전(jacc: heart fail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을 가진 과체중·비만 환자에서 혈액 속 염증 지표인 '인터루킨-6(il-6) 수치'가 높을수록 심부전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의 몸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만성 염증이 심장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혈당 상태에서 서서히 이어지는 염증이 심장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내분비내과 문준성 교수(영남대학교병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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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한 지방세포가 염증을 만들고, 염증이 혈당을 더 올린다
당뇨병은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기능하지 못해 혈액 속 포도당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아지는 질환이다. 문제는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는 데 그치지 않고, 몸속 곳곳에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 염증은 다시 인슐린 작용을 방해해 혈당을 더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같은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으로 '내장 지방'이 꼽힌다. 문준성 교수는 "지방세포가 비대해지면 조직 안쪽이 산소 부족 상태가 되면서 면역세포인 대식세포가 몰려들어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 인터루킨-6 같은 염증성 물질을 지속적으로 분비한다"라며 "이 염증 물질들이 인슐린 신호를 방해해 인슐린 저항성을 강화하고, 결국 혈당 조절을 더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고혈당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체내 염증 반응도 더욱 심해진다. 혈당이 높은 환경에서는 당독소라고 불리는 '최종당화산물(age)'이 증가해 혈관 내벽과 면역세포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동시에 세포 내 산화 스트레스도 높아져 췌장의 인슐린 분비 세포 기능까지 저하시킨다.
문 교수는 "고혈당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혈당을 조절한 이후에도 염증 반응이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대사 기억(metabolic memory)'이라고 한다"라며 "따라서 비만·인슐린 저항성·만성 염증이 이루는 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혈당 강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루킨-6, 왜 crp보다 심부전 위험을 더 잘 반영할까
인터루킨-6는 대식세포, 지방세포, 혈관 내벽 세포 등 여러 곳에서 분비되는 염증 신호 물질이다. 정상적인 수준에서는 감염이나 손상에 대응하는 역할을 하지만,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게 유지되면 심장을 포함한 여러 장기에 손상을 일으킨다.
문준성 교수는 "인터루킨-6가 만성적으로 높으면 심근 세포가 비대해지고 심장 조직에 섬유화가 진행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미세혈관의 기능도 저하돼 심근이 점점 딱딱하게 굳는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비만과 당뇨병 환자에게 흔한 '이완성 심부전(hfpef)', 즉 심장이 혈액을 내보내는 힘은 남아 있지만 충분히 이완되지 못하는 형태의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에 널리 쓰이던 염증 지표 crp(c-반응성 단백)와 비교해 인터루킨-6가 심부전 예측에 더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 교수는 "crp는 인터루킨-6의 신호를 받아 간에서 만들어지는 하위 지표로, 체지방량이나 급성 자극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 반면, 인터루킨-6는 염증 경로의 상위에서 심근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심부전 위험을 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인터루킨-6는 다양한 심혈관 위험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심부전 발생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인 반면, hs-crp는 보정 후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문 교수는 "최근 인터루킨-6를 낮추는 약물을 사용했음에도 심혈관 사건을 줄이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라며 "인터루킨-6와 심부전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숨이 차고 다리가 붓는다면... 당뇨병 환자가 놓치기 쉬운 심부전 신호
심부전은 심장이 전신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다. 따라서 운동할 때 숨이 가빠지거나, 누웠을 때 호흡이 불편하거나, 발과 다리가 붓거나, 며칠 사이에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심부전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당뇨병 자체가 심근의 구조와 기능을 직접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문준성 교수는 "당뇨병은 혈관 문제와 별개로 심근 자체의 탄성을 떨어뜨리고 경직도를 높여 심장이 충분히 이완되지 못하는 상태를 만든다"라며 "여기에 만성 염증과 미세혈관 손상이 더해지면 이른바 '당뇨병성 심근병증'으로 이어지고,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수축 기능까지 저하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당뇨병이 있는 경우 심부전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남성은 약 2배, 여성은 약 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제는 비만한 당뇨병 환자일수록 위와 같은 호흡곤란이나 부종 증상을 체중 탓이나 체력 저하로 넘기기 쉽다는 점이다. 문 교수는 "증상만으로 심부전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혈액 검사를 통해 nt-probnp 같은 심장 부담 지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당뇨병으로 인한 신장 기능 변화를 반영하는 알부민뇨 수치와 사구체여과율(egfr)도 심부전 위험 예측에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혈당·체중·염증을 함께 관리해야... sglt2 억제제의 역할
당뇨병 환자의 염증 수치와 심부전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혈당 조절과 함께 체중 관리가 핵심이다. 문준성 교수는 "체중을 5% 이상 줄이면 혈당·혈압·지질 지표가 개선되고, 10~15% 이상 줄이면 지방간, 수면무호흡, 당뇨병 관해에서도 추가적인 이득이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식단은 정제 탄수화물과 가당 음료를 줄이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방향으로, 운동은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과 주 2~3회 저항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약물 치료 측면에서는 sglt2 억제제가 주목받고 있다. 원래 혈당을 낮추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신장에서 포도당과 나트륨 재흡수를 억제해 심장의 부담을 줄이고, 심근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며, 심장 주변 지방 축적과 섬유화를 억제하는 등 심장에 직접 이로운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심부전 일차 치료제로도 권고되고 있다.
이 밖에도 비만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심혈관 합병증 외에 만성 신장 질환, 지방간, 폐쇄성 수면 무호흡 등 여러 장기에 걸친 합병증 위험이 함께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문 교수는 "제2형 당뇨병 치료의 목표는 혈당 수치 조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라며 "체중, 혈압, 지질, 신기능, 염증 부담을 함께 관리해야 심부전과 신장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