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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 "항생제 먹어야 감기 낫는다"... 전문가의 대답은? [팩트진찰대]
10월은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로, 감기 환자가 늘어나는 시기다. 올해는 독감 유행주의보까지 내려져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72.0%가 항생제를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으로 오해했고, 처방받은 항생제를 임의로 중단한 경험은 63.4%, 의사 처방 없이 복용한 경험은 무려 16.0%에 달했다.
문제는 잘못된 복용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요 없는 항생제를 먹거나 복용 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이 생겨, 정작 세균 감염이 왔을 때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고,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상욱 원장(인천참사랑병원)과 함께 항생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올바른 복용법을 짚어본다.
팩트진찰 ① "대부분의 감기는 항생제 효과 없는 '바이러스' 질환"
진료 현장에서는 증상이 심해지면 세균 감염이라고 판단하고 항생제를 먼저 요구하는 환자를 어렵지 않게 만난다. 이상욱 원장은 "진료실에 들어오면서부터 '나는 항생제를 먹어야 낫는다'며 반드시 처방해 달라고 말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라며 "특히 항생제 노출 경험이 많은 고령층에서 이런 요구가 더 잦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감기로 불리는 급성 상기도 감염증은 대부분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이 원장은 "미국의 경우 급성 부비동염의 90~98%가 바이러스성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말했다. 항생제가 필요 없는 바이러스성 질환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콧물이 진해지거나 가래가 누렇게 나오는 것 역시 세균 감염의 증거로 보기는 어렵다. 이 원장은 "바이러스 감염 초기에 면역 세포인 백혈구가 반응하면서 나타나는 콧물이나 누런 가래는 정상적인 면역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라며 "단순히 색깔이 누렇다는 이유만으로 항생제를 써야 하는 세균성 감염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모든 감기에 처음부터 항생제 복용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팩트진찰 ⓶ "감기에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는?"
그렇다면 항생제는 언제 쓸까. 이상욱 원장은 "대부분의 일반 감기는 일주일에서 열흘 이내에 증상이 개선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도 우선은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 치료를 진행한다. 다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바이러스성 질환보다 세균 감염이 의심되므로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대표적으로 다음 경우가 해당한다. ▲10일 이상 지속되는 감기 증상 ▲39도 이상 고열과 화농성 콧물 또는 안면 통증이 3~4일 이상 함께 이어지는 경우 ▲심한 귀 통증, 또는 목이 부어 음식을 삼키기 힘든 상태에서 고열이 동반되는 경우. 또한 증상이 나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고열과 함께 악화하는 양상이 반복된다면 이차 감염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해 증상을 설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원장은 "필요에 따라 혈액 검사 등 정밀 검사를 통해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호흡 곤란이나 의식 변화가 동반된다면 단순 감기로 넘기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팩트진찰 ③ "나았다고 복용 중단하거나, 남은 약 재사용해도 될까?"
올바른 항생제 복용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증상이 나아졌다는 이유로 처방받은 항생제를 임의로 중단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오래 먹을수록 효과가 좋다고 믿고 정해진 기간을 넘겨 복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상욱 원장은 "항생제를 오래 먹으면 내성이 생겨 좋지 않다고 생각해 복용을 일찍 끊는 분들이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항생제는 정해진 기간 동안 충분히 복용해야 오히려 내성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증상이 좋아졌는데도 약이 조금 남았다며 더 복용하면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거나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남은 약을 다시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원장은 "진료를 하다 보면 '지난번에 처방받고 남은 약이 있어서 먹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라며 "확인해 보면 세균 감염이 의심돼 처방한 항생제를 남겨뒀다가 복용한 경우도 종종 있다"라고 말했다.
언제 처방받았는지 모르는 약은 변질이나 약효 저하 우려도 있다. 특히 소아에게 처방하는 시럽 제제는 보관 중 변질 가능성이 더 커 주의가 필요하다. 이 원장은 "남은 항생제를 먹고 '예전에는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설사가 계속 난다'고 호소한 환자도 있었고, 피부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라고 사례를 언급했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약을 나눠주는 것도 금물이다. 이 원장은 "증상이 같다고 해서 상대방이 반드시 같은 질병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반드시 본인이 진료를 받고 자신에게 맞는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자가 판단, 항생제 오남용 불러
최근 비대면 진료나 자가 판단으로 약을 구하는 경우가 늘면서 항생제 오남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의료계에서 제기된다. 이상욱 원장은 해외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외신을 통해 비대면 진료에서 자가로 항생제를 구하려는 경향이 있고, 진단이 부정확하거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향이 높아진다고 보고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원인은 진단 환경의 차이에 있다는 설명이다. 대면 진료에서는 세균성 질환임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직접 확인한 뒤 항생제를 처방할 수 있다. 반면 비대면 진료에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만약을 위해' 불필요한 항생제가 처방될 수 있다.
올바른 복용법... "정해진 용법·용량·기간 지켜 끝까지"
항생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 올바른 방법으로 복용해야 치료 효과를 얻고 내성과 부작용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복용해야 할까. 이상욱 원장은 올바른 복용법으로 정해진 용법·용량·기간을 지켜 끝까지 복용하는 것을 가장 먼저 꼽았다. 증상이 빨리 좋아지거나 반대로 호전되지 않더라도 임의로 조절하지 말고, 진료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복통, 소화불량, 설사 같은 소화기계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원장은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임의로 중단하면 치료가 완전히 끝나지 않는다"라며 "병원을 찾아 부작용이 적은 항생제로 교체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상담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