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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의 명화 뒤엔 의학이 있었다"... 빈 의대 총장이 밝힌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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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900만 명 인구가 살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1인당 5만 달러가 넘는 gdp와 구매력 높은 내수시장을 자랑한다. 여기에 모차르트(mozart)와 베토벤(beethoven), 슈베르트(schubert) 등 위대한 음악가들을 배출한 클래식 음악의 성지이자, 19세기 말 상징주의 작품으로 빈 분리파를 이끈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를 배출해낸 '문화예술' 강국으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클림트의 작품 속에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연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이 사연에는 '의학'이라는 뿌리 깊은 학문이 들어 있다.

2026년 7월 10~12일, 마르쿠스 뮐러(markus müller) 빈 의과대학(medical university of vienna) 총장이 한국을 찾는다.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하는 43회 종합학술대회 특별 연사로 참석하는 뮐러 총장은 예술과 의학이 교차했던 격변의 18세기, 클림트와 '빈 의과대학(vienna school of medicine)'의 관계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방한을 앞둔 지난 1일, 뮐러 총장을 화상으로 만났다.

오스트리아 최고보건위원회(osr) 회장을 역임하게 되셨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요.
오스트리아 최고보건위원회(supreme health council, oberster sanitätsrat, osr)는 오스트리아 사회·보건·간호·소비자보호부 장관의 자문 기구입니다. 오스트리아 의료 제도와 보건 정책과 관련된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위원회의 주된 임무입니다.

오스트리아는 인구가 900만 명에 달하는 아주 작은 나라임에도 엄청난 수의 병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약 260개의 병원이 있는데, 독일은 우리보다 인구가 훨씬 많지만 병원 수는 약 1700개 정도입니다. 위원회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작은 병원이 아니라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규모를 재편하는 문제입니다.

18세기에 들어선 빈 대학... 의과대학 역시 매우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고요.
오늘날 독일어권 국가의 의료 성장을 뒷받침하는 배경엔 오스트리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빈 의과대학은 매우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365년 설립 당시 의학부 형태로 출발했고, 이후 2004년 독립된 의과대학(medizinische universität wien)으로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저는 당시 대학병원에서 내과 전문의로 재직하며 의과대학 학장으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대학 발전의 핵심은 결국 교육과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2004년 당시 빈 의대 종합병원에서 내과 전문의로 재직 중이었던 저는 학교로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쳤고, 현재는 총장으로, 의과대학을 총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비엔나 종합병원 (akh)과 빈 의과대학(meduni)이 공동 운영하는 대학병원은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가 발표한 '2026 세계 최고의 병원(world's best hospitals)' 평가에서 세계 20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물론 오늘날 전 세계 모든 국가는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어떻게 의료비를 감당할 것인지, 급변하는 시대, 새로운 치료법을 필요한 환자들에게 얼마나 빠르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 등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은 매우 혁신적인 의료 시스템을 가진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의료 시스템을 처음 제대로 접하게 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습니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의 연구 및 기사들을 챙겨보았고, 보면서 한국이 팬데믹 상황을 어떻게 대응했는지 매우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한국이 팬데믹 대응에 있어 가장 우수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 역시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오스트리아와 한국은 비슷한 구조의 사회보장 기반 의료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제가 만난 한국 의사들은 매우 열정적이었습니다.

의학의 중심지 하면, '빈'을 빼놓을 수 없다고요.
의과대학의 전성기는 세기 전환기, 흔히 '빈의 황금기(golden age of vienna)'라고 부르는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빈으로 모여들었고, 이들은 수많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1938년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침공하면서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기에 중요한 배경이 숨어져 있습니다. 클림트가 1900년 전환기 빈(vienna)에서 활동했다는 점입니다. 당시 빈은 세계 의학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고, '빈 의학파(vienna school of medicine)'가 활발하게 발전하던 시기였습니다. 클림트 역시 이런 학문적·문화적 환경 속에서 의학자들과 교류했고, 실제로 빈 대학 의과대학으로부터 그림 제작을 의뢰 받기도 했답니다. 이러한 배경이 클림트 작품과 의학이 연결된 시초라고 볼 수 있겠죠.

최근 오스트리아 정부가 대학 예산 삭감을 발표했습니다. 의료 인력과 공공의료 시스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연방 예산의 재정적 또는 예산적 이유로 향후 3년 동안 대학 예산을 삭감한다는 방향을 취했습니다. 실제 필요 예산과 비교하면 약 14% 정도가 부족해지는 상황인데, 14%는 정말 큰 숫자입니다.

오스트리아는 특히 유럽연합(eu)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이기 때문에 여러 연쇄 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유럽연합은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스트리아 역시 단순한 연방 정부 소비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입니다.

'클림트와 의학'을 학술대회 발표 주제로 정하셨습니다. 간단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클림트의 많은 1900년대 빈 의학파가 생겨난 시기, 빈 의대가 클림트에게 의뢰한 작품이 바로 '학부 그림(faculty painting)' 가운데 하나인 '의학(medicine)'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5년 나치 친위대의 공격으로 불타 사라졌습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세포 구조나 배아 구조 같은 의학적인 요소가 자주 등장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장식적 문양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클림트가 당시 발전하던 현미경 연구와 의학적 관찰에서 영감을 받아 표현한 요소들입니다. 그는 현미경 속 세계를 보며 강한 예술적 인상을 받았고, 이를 자신의 작품 안에 독창적으로 녹여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당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입니다. 의학계는 의학의 진보와 위대함을 찬양하는 그림을 기대했지만, 클림트는 인간의 고통과 삶, 죽음을 중심에 둔 매우 강렬한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그것은 의학의 영광을 보여주는 그림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비극과 고통을 드러내는 작품이었습니다. 결국 이 그림은 거부당했고 사회적으로도 큰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를 지지해주는 교수도 있었습니다.

최근 빈에서도 '클림트와 의학'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을 만큼, 이 주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의료계 관계자들과 이러한 역사적·문화적 연결고리를 공유하고 싶었고, 그것이 이번 발표 주제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2026년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의사의 전문성으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의료 : ai와 초고령화 시대를 재설계하다'를 주제로 '2026 제43차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전면 오프라인 방식으로 개최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뮐러 총장은 11일, 구스타프 클림트와 빈 의과대학(gustav klimt and the vienna school of medicine)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르쿠스 뮐러(markus müller)
오스트리아 약리학자이자 내과·임상약리학 교수. 빈 의과대학 졸업 후 2000년까지 빈 종학병원에서 내과 전문의로 환자를 돌봤다. 2004년부턴 동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했으며, 2015년부터 의과대학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국제 학술지에 약 200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으며, 대학내 임상 연구 역량 강화와 국제 학술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2026년 이스라엘-오스트리아 의학 및 과학 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이스라엘 우정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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