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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없어 더 위험한 '당뇨발'... 피부 괴사 막는 발 관리법
당뇨병이 있으면 발에 생긴 작은 상처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발의 감각이 둔해져 상처를 늦게 발견하는 데다, 혈액순환과 면역 기능까지 떨어져 작은 물집이나 굳은살조차 궤양이나 감염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당뇨발이 통증 없이 서서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상처가 깊어지고 발가락 색이 달라진 뒤에야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렇다면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평소 발에서 어떤 변화를 확인해야 하고, 상처가 생겼을 때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피해야 할까. 또 상처가 깊어졌다면 발과 발가락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 어떤 치료를 받게 될까. 성형외과 전문의 전대원 교수(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와 함께 당뇨발의 위험 신호부터 일상 관리법, 발을 보존하기 위한 치료까지 알아본다.
당뇨병이 있으면 발 상처가 특히 위험하다고 하는데요. 일반적인 상처와 비교하면 무엇이 다른가요?
당뇨발은 여러 문제가 겹쳐 나타나는 복합적인 질환입니다. 첫 번째는 감각 저하입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으로 신경이 손상되면 발의 감각이 둔해져, 상처가 짓무르거나 갈라지고 피가 나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처가 깊어지거나 양말이 피로 젖은 뒤에야 발견하는 일이 흔합니다. 두 번째는 혈류 저하입니다. 당뇨병이 오래되거나 혈당 관리가 잘 안되면 발끝까지 이어지는 혈관이 막히면서 혈액순환이 나빠지는데, 이 혈관은 병균과 싸우는 면역세포가 이동하는 통로이기도 해서 혈류가 막히면 상처 회복이 크게 지연됩니다. 세 번째는 면역 기능 저하입니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계속되면 면역세포가 당에 뒤덮이는 '당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면역세포 기능이 떨어집니다. 결국 당뇨발은 혈액순환 저하, 감각 저하, 면역 기능 저하가 겹치면서 작은 상처가 깊어지고 조직이 괴사되며, 치료가 조금만 지연돼도 급격히 악화되는 질환입니다.
당뇨발은 정확히 어떤 상태를 뜻하나요?
발은 조금만 아프거나 상처가 나면 신호를 보내 문제를 알아차리게 합니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분들은 이 신호가 차단된 경우가 많아, 발에 이상이 생겨도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당뇨발은 '당뇨병성 족부질환'을 뜻하며, 발에 생길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표현입니다. 얕은 상처에서 시작해 감염이 생기고, 더 진행하면 발가락이나 발 전체가 검게 변하며 괴사에 이르는 과정 전체를 가리킵니다. 시작은 사소합니다. 새 신발이나 꽉 끼는 양말로 인한 쓸림, 발톱을 너무 짧게 깎아 생긴 상처, 오래 걸은 뒤 굳은살에 생긴 작은 상처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뇨병이 없거나 혈당 관리가 잘 되는 사람이라면 며칠 아프다가 딱지가 앉고 아무는 상처가, 혈액순환·감각·면역이 모두 떨어진 상태에서는 피부 괴사나 궤양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 분들은 평소에 발에서 확인해야 할 발의 변화가 있을까요?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께 알려드리는 '하루 1분 발 점검법'이 있습니다. 먼저 씻은 뒤 양말을 벗고 발을 살펴봅니다. 첫 번째는 발가락 사이입니다. 꽉 끼는 양말이나 신발로 눌리면서 상처가 생기거나, 습기가 차서 갈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은 발 가장자리나 발가락 끝의 굳은살, 갈라진 틈, 색 변화입니다. 상처는 압력이 집중되는 엄지발가락 끝, 새끼발가락 바깥쪽, 두세 번째 발가락 등 튀어나온 부위에 잘 생깁니다. 발등이 높은 경우에는 발등 쪽, 신발 폭이 좁으면 복사뼈 부위도 상처가 생기기 쉬우므로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양쪽 발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입니다. 한쪽 발만 유난히 뜨겁거나 부어 있다면 감염의 징후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발톱입니다. 안쪽으로 파고드는 내향성 발톱이나, 무좀균에 의한 2차 감염으로 발톱 주변이 붉어지거나 붓는지 확인합니다. 발을 살폈다면 신발도 점검해야 합니다. 감각이 떨어져 있어 신발 안의 이물질이나 튀어나온 부분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으므로 손으로 직접 만져 확인해야 합니다. 발바닥처럼 보기 어려운 부위는 손거울을 반대편에 놓고 비춰보는 것을 권합니다.
발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 때는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할까요?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 증상들이 있습니다. 첫째, 상처 주변이 붉어지거나 붓거나 만졌을 때 열감이 느껴지는 경우입니다. 감염과 염증이 동반됐다는 신호로, 단순 관찰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진물이나 고름이 나오거나 냄새가 날 때입니다. 셋째, 피부색이 변하는 경우입니다. 멍든 것과는 다르게 혈류가 저하되면서 처음에는 보랏빛으로 변했다가 점차 검게 변하는데, 이런 색 변화가 보이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쓸리거나 생긴 상처를 집에서 관리했는데도 2주 이상 호전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진료가 필요합니다.
티눈이나 굳은살, 물집을 집에서 직접 제거하면 왜 위험한가요?
압력과 마찰이 지속되는 부위에 굳은살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굳은살이 2차 압력점이 되어 상처를 더 깊게 만들 수 있으므로 제거가 필요하며, 반드시 진료실에서 멸균된 기구로 시행해야 합니다. 집에서 쓰는 손톱깎이나 가위는 대부분 소독이 안 돼 있어 2차 감염 위험이 있고, 감각이 떨어진 상태라 얼마나 깊이 잘랐는지 스스로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시중 티눈 밴드도 사용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화학 성분으로 굳은살을 녹이는 방식이라 통증 감각이 있어야 안전하게 쓸 수 있습니다. 당뇨발 환자는 이런 보호 기제가 손상돼 있어 얼마나 진행되는지 알기 어려우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작은 상처를 발견했을 때 집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처치와, 피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요?
상처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흐르는 물이나 생리식염수로 씻어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이후 깨끗한 거즈로 지그시 눌러 지혈하고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알코올이나 과산화수소 같은 소독제를 열린 상처에 반복적으로 바르면 화학적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피해야 합니다. 혈액순환에 좋다고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는 것도 위험한데, 감각이 저하돼 있어 2차 화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된장이나 꿀, 식초 같은 민간요법도 감염을 유발하거나 치료를 지연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합니다. 또한 상처 부위를 밴드나 실, 고무줄로 꽉 동여매는 것도 위험합니다. 감각이 없어 통증을 못 느낀 채 오래 묶어 두면 발가락이 검게 변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지혈은 살짝 눌러주는 정도로만 해야 합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당뇨발 관리와 관련해 실제로 많이 헷갈리는 내용을 ox 퀴즈로 짚어보겠습니다.
[당뇨발 상식 - ox 퀴즈]
① 혈액 순환에 좋으니 뜨거운 물로 족욕을 자주 한다?
x입니다. 감각 신경병증으로 온도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면 2차 화상 위험이 있어 피해야 합니다.
②발톱은 둥글게 파서 깎는 것이 좋다?
x입니다. 발톱이 안으로 파고드는 것을 막으려 둥글게 깎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더 파고들 수 있습니다. 발톱은 일자로, 너무 바짝 자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③집 안에서 정도는 맨발로 다녀도 된다?
x입니다. 감각이 떨어져 있어 문틀이나 의자에 부딪히거나 바닥의 작은 이물질에 상처를 입어도 알아채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집 안에서도 양말을 신고 맨발은 피해야 합니다.
④발이 저리지 않으면 신경 손상은 없는 것이다?
x입니다. 처음에는 저린 증상이 없어도 감각 저하는 서서히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당뇨병을 오래 앓았다면 신경병증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⑤상처가 아물었어도 정기 검진은 계속 받아야 한다?
o입니다. 상처 치료가 끝났다고 관리도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당뇨병 관리를 평생 받는 것처럼, 발 관리도 평생 이어가야 합니다.
당뇨발 치료에서 성형외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성형외과는 미용 수술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손상되거나 소실된 조직을 복원하는 '재건' 수술도 주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몸에서 손상되거나 없어진 조직을 다시 덮어주는 것입니다. 당뇨발 치료에서 성형외과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감염되고 괴사된 조직을 빠르게 제거하면서 절제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변연절제). 둘째는 이렇게 생긴 조직 결손을 피부 이식이나 조직 이식, 피판술(주변 조직을 통째로 옮겨 상처를 덮는 재건 수술)로 재건해 발의 기능을 살리고, 환자가 다시 걸을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다만 성형외과 혼자 하는 과정은 아닙니다. 당뇨병은 전신 질환이라 내분비내과의 혈당 관리, 혈관이 좁아진 경우 혈관외과의 혈관 확장·치환술, 감염이 심할 때는 감염내과, 수술 후 재활에는 재활의학과의 협진이 함께 이뤄집니다.
발과 발가락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어떤 수술적 치료를 하나요?
절단 여부를 결정하기까지는 몇 단계를 거칩니다. 첫 번째는 혈류 확인입니다. 밭에 영양분이 있어야 작물이 자라듯, 발도 혈액순환이 잘 돼야 상처가 치유되고 수술도 가능합니다. 혈류에 문제가 있다면 혈관 확장술이나 수술로 막힌 혈관을 먼저 뚫어줘야 합니다. 두 번째는 감염 원인을 제거하는 단계로, 괴사된 조직이나 발가락을 잘라내는 변연절제를 시행합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결손 부위를 보고 재건 수술을 결정하는데, 살을 얇게 떠서 붙이는 피부 이식이나 조직 전체를 옮겨 덮는 피판술 등으로 발을 지킵니다. 다만 절단이 무조건 나쁘고 재건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빨리 절단하고 상처를 아물린 뒤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의 상황을 보고 담당 의료진이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 후 상처가 잘 아물었다면 안심해도 될까요?
피부 이식이나 피판술로 상처가 해결된 분들도 관리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재건한 발로 다시 걷고 신발을 신다 보면 그 부위에 압력과 마찰이 가해지면서 상처가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궤양 재발이라고 하는데, 상처가 아문 뒤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절단으로 발 형태가 변형된 경우에는 특수 깔창을, 재건 수술 후 발 모양이 달라진 경우에는 맞춤 드레싱을 권하기도 합니다. 당뇨발 관리는 수술이나 드레싱으로 상처를 닫는 것에서 끝나지 않으며, 혈당 조절과 함께 지속적인 발 관리가 재발 예방의 핵심입니다.
발 상처를 예방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꼭 지켜야 할 습관이 있다면요?
첫째, 하루 1분 발 점검법으로 발가락 사이, 발끝, 발등, 발바닥을 매일 양쪽 비교해서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둘째, 집 안에서도 맨발보다는 양말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새 신발은 발이 부어 있는 오후 시간에 사는 것을 권합니다. 낮 동안 걸으면 발이 붓기 때문에 오전에 산 신발이 오후엔 꽉 낄 수 있습니다. 처음 신는 신발은 하루 종일 신기보다 짧게 신어보고 점차 시간을 늘려가야 합니다. 넷째, 신경병증으로 인한 저린 증상이 혈액순환 장애와 비슷하게 느껴져 뜨거운 물이나 전기장판, 핫팩으로 발을 데우려는 환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낮은 온도라도 오래 노출되면 저온 화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금연과 혈당 관리는 당뇨발 관리의 근본입니다. 마지막으로, 발에 이상이 느껴지거나 의심되는 변화가 있다면 조기에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