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시간안내

  • 평일 09:00 ~ 18:00
  • 수토 09:00 ~ 13:00
  • 점심시간 13:00 ~ 14:00
  • 일요일 및 공휴일은 휴진입니다.

063-226-0200

  • 홈
  • 건강정보
  • 건강칼럼

건강칼럼

제목

'점프가 두려웠다'는 우상혁... 트라우마와 PTSD, 어떻게 다를까

image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30)이 부상 뒤 겪은 두려움을 털어놨다. 우상혁은 2026년 9월 27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2를 넘어 동메달을 딴 뒤 "다친 지 2주 만에 복귀해 훈련하면서 부상 자체보다 점프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기를 "트라우마를 극복한 시합"이라고 표현했다.

우상혁 선수처럼 부상에서 회복해 운동에 복귀한 뒤에도 다쳤던 동작을 다시 수행하는 과정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부상 뒤 운동에 대한 두려움은 왜 생기며,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트라우마'와 의학적으로 진단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어떻게 다를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성환 원장(해상병원)의 자문을 받아 부상 후 생길 수 있는 운동에 대한 두려움과 그 차이를 정리했다.

부상 뒤 두려움, 움직임 피할수록 더 커질 수 있다
부상이나 통증 뒤 움직임을 두려워하고 피하게 되는 과정은 '공포-회피 모델'로 설명할 수 있다. 이 모델은 통증을 심각한 손상의 신호로 받아들이거나 '다시 움직이면 더 다칠 수 있다'고 과도하게 걱정하면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그 결과 통증을 유발할 것 같은 움직임이나 활동을 피하게 될 수 있다고 본다.

2000년 국제 학술지 'pain'에 게재된 리뷰 논문은 당시까지의 연구를 종합해 이 같은 공포-회피 모델을 정리했다. 논문에 따르면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 회피 행동이 반복되고, 신체 활동이 줄면서 신체 기능 저하나 움직임에 대한 경직된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변화가 다시 통증에 대한 두려움과 회피를 강화하면서 만성적인 통증과 기능 저하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상혁이 부상 뒤 "높이가 너무 높아 보였다"고 말한 것도 이런 심리적 과정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이전에는 문제없이 해내던 동작이나 목표라도 부상을 겪은 뒤에는 같은 움직임을 더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두렵다고 모두 '트라우마'는 아니야... ptsd와는 다른 개념
부상 뒤 두려움을 느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트라우마'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볼 수는 없다. '트라우마'라는 말과 병원에서 진단하는 'ptsd'는 뜻과 범위가 서로 다르다. 트라우마는 몸이나 마음에 큰 충격을 준 사건, 또는 그 일로 생긴 상처를 가리키는 말에 가깝다. 반면 ptsd는 질환명이다. 무서운 사건을 직접 겪거나 눈앞에서 본 뒤 그 일이 자꾸 다시 떠오르는 재경험, 그 일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을 피하는 회피, 생각과 기분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변화, 지나치게 긴장하고 예민해지는 과각성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즉 트라우마는 충격적인 사건이나 상처를, ptsd는 그 뒤에 생길 수 있는 병을 뜻한다. 따라서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다고 해서 모두 ptsd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최성환 원장은 이처럼 의학적으로 뜻이 구분되는 말을 일상에서 지나치게 넓은 의미로 쓰는 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진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양보해야 하는 용어이자 진단이 바로 ptsd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려움만으로 ptsd 진단하지 않아... 한 달 이상 증상 지속돼야 진단
그렇다면 ptsd는 어떻게 진단할까.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ptsd 진단은 죽음이나 심각한 부상, 성폭력 같은 사건을 겪은 뒤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함께 살펴 평가한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나 꿈이 자꾸 반복되는 재경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을 피하는 회피, 생각과 감정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변화, 지나치게 예민해지는 과각성 등이다. 이러한 증상이 한 달 이상 계속돼야 ptsd로 진단할 수 있다.

따라서 사건 직후 나타나는 증상은 ptsd와 구분해야 한다. 글로벌 의료지침인 msd 매뉴얼에 따르면 사건 직후 증상이 시작돼 한 달이 안 되게 이어지는 경우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로 분류한다. 증상이 한 달 안에 그치면 급성 스트레스 장애, 한 달 이상 계속되면 ptsd로 구분하는 셈이다. 따라서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뒤 재경험이나 악몽, 회피, 지나친 예민함, 잠을 잘 못 자는 증상 등이 계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자세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부상 뒤 두려움, 재활 과정에서 서서히 줄여갈 수 있어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ptsd로 진단 시, 증상이 심한 급성기에는 약물치료로 재경험이나 과각성 같은 증상을 줄이고, 사고에 대한 기억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안정화요법·노출요법·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emdr) 등 정신치료를 시행한다. 반면 사고 직후 나타나는 증상은 흔히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므로 약물치료를 하지 않고 수면위생을 지키면서 평소 생활을 이어가며 경과를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일주일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심해진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재활할 때는 두려운 움직임을 무조건 피하기보다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금씩 움직이며 몸의 기능을 되찾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중계 화면에서 우상혁이 웃으며 자신감 있는 동작을 보이는 모습을 본 최성환 원장은 "웃음과 자신감 넘치는 제스처는 자신에게 '할 수 있다'는 최면을 걸어 자신감을 극대화하는 육상 선수들의 의식(ritual)"이라고 했다. 우상혁도 "트라우마 때문에 방어적으로 뛰면 안 되니까 계속 혼잣말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고 말했다.



<copyright ⓒ 하이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